섬

덜컹, 기차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바퀴 아래에 커다란 돌멩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 바람에 모자 대신 얼굴에 얹어놓았던 시집이 허벅지로 툭 미끄러져 내렸다. 늦은 오후의 지글거리는 태양빛이 눈꺼풀 틈새를 찔렀다. 에버렛은 얕은 잠에서 깼다. 그는 시집을 도로 주워 눈썹뼈 부근에 차양처럼 가져다대고는 차창 밖을 살폈다. 초여름 햇살을 받아 연녹색으로 ...

재는 재로 2010년 버전?

퍼디션이라고요? 이안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파티장 천정을 울리는 음악 소리 못지않은 톤이었다. 주변에 있던 몇몇 신사 숙녀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 드켈 하버마스가 기겁을 하며 이안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안은 하버마스의 손을 홱 쳐내며, 예의 유들유들한 태도로 돌아와 말했다. “브라보, 붉은 갈매기보다 훨씬 나은 작명인데요?” 이안...

대 활려의 황제 성연이 미쳤다는 사실에는 모두들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조금 갈리곤 한다. 혹자는 황제가 즉위 이후에 미쳤다고 했다. 형제의 난을 치르면서 얻은 황좌가 어찌 편한 자리일 수 있겠나. 실로 피로 물든 자리이거늘. 제아무리 즉위 전의 사황자, 향호공 성연이 어질고 선량하기로 이름 높았다고는 하나,...